본문 바로가기

nothing

(21)
나이가들면 확실히누군가가 나에게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러도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물론 여기에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대수롭지 않은 행동은 아닌 것 같지만. 남사친의 최후를 맞이한 나의 십몇년 친구님이 그냥 행복하게 잘 사시길 비는 수밖에 여사친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벌써 우리의 나이가 삼십대 중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도우리는 아직까지도 스물 몇살처럼 사랑 때문에 걱정하고 고민하고 슬퍼한다.젊은날을 놓지 못했음일까. 아니면 그저 어리석어서일까.사실 나는 모든 것에 지쳐서 그럴만한 힘도 없는 것 같지만.
나를 정말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한지 세달쯤.누군가가 너는 이러니까 라고 말해주는게 나는 아닐텐데,거기에 별로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또 그게 맞나 싶고. 누가 너는 어떤사람이니라고 물어보면 해줄 말이 별로없다.
모순 시간이 많고 할일이 줄었다. 주어진 시간에 누군가가 주는 일만 하고 나면 나의 의무는 끝이 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여유는 시간이 적고 할일이 많을 때보다 급격히 줄었다. 아니 아예 없다.보고 싶은 사람도 관심 갖던 사람도 잘 지내냐고 물어 마땅한 사람도 사라졌다. 내 마음 속에 없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신기루 같다. 매일매일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하는. 의미없는 대화 속에서 또 도망갈 궁리를. 다른 무엇을. 다른 누군가를 찾는 나를 본다.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오랜 친구도. 새롭게 만난 사람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모든 것을 괜찮다고 덮어버리는 것. 아마도. 그래서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별거아니지만 하고싶은 일을 해야하는 것보다옳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나이먹는다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가려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곳의 교훈.(사실 이전에도 배운 교훈) 나잇값하게 제대로 좀 살자.